베를린 주립 미술관 바우하우스 original 100주년 기념 전시회.
바우하우스 origianl 전시
2019년이 바우하우스 100주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획 전시가 상당히 많았어요. 우리는 베를린 주립 미술관에서 하는 Original Bauhaus라는 전시를 갔습니다.
맨 처음 입구부터 멋진 디자인 스멜이 풀풀 난다. 전시장 입구 바닥이 타이포가 아로새겨진 석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던한 건물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내부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바우하우스와 독일 디자인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온 것 같습니다. 디자인 토론회라니 정말 부러웠습니다. 시민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네요.
전시 표를 끊고 들어가면 설치 작가 전시전이 있다. 폐 건축자재를 가공해서 만든 작품들이 었는데 배치가 끝내준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작품의 크기로 관객을 압도하도록 배치해놓았다. 새빨간 구조물을 주변 하얀 벽과 대비시키고, 높은 층고에 배치한 덕에 여유 있으면서도 거대한 건축물을 마주한 느낌입니다. 큐레이터의 세심한 배치가 돋보입니다. 이동하면 시계를 이용한 거대 그래픽 작업이 벽을 도배하고, 그 후엔 녹색과 반사재질의 설치 작품들이 구성에 변화를 줍니다. 관람객이 이동하는 것에 따라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 다이나믹해서 재밌게 봤다. 폐자재를 활용했다는 점도 환경보호를 외치는 독일 예술계스럽네요.
바우하우스 전시는 역사 흐름대로 전시 순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우하우스가 워낙 유명해서 대략적인 역사는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릅니다. 하필 대학에서 디자인사를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시에서는 2차 세계대전으로 폐교하기 전까지만 다루고 있었습니다.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사료들도 워낙 좋았지만 가장 눈여겨봤던 것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과목들이었습니다. 바우하우스가 교육기관인 만큼 다양한 디자인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샘플들을 전시해놨습니다.
그 전시품들을 통해 독일에서 원하는 포트폴리오와 디자인 프로세스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대학 입시를 준비해야하는 저로서는 그 방향성과 느낌을 짐작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품의 물리적 가능성을 균형 실험으로 입증하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아카이빙해서 직접 느끼게하는 식입니다. 생각보다 꽤 원론적이고, 원리에 집중하는 교육방식입니다. 실제로 피부와 눈으로 느끼고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 커리큘럼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화면의 구성과 도형의 조화를 실험할 때도 그저 배치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춤과 의상을 통해 그 변화를 직접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식입니다. 제품들의 균형을 실험하기도 하고, 사진이 아닌 감광방식의 필름지를 이용해 오브제의 형상을 담아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교육을 관람객들이 체험하게 하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3D 모션 캡쳐 디바이스인 키네틱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코너였는데 신기술과 과거의 교육 과정을 짜임새 있게 잘 조합해놓아서 체험할 맛이 났습니다. 인기가 엄청 좋아서 사람들이 줄서서 체험해볼 정도였어요.
전시회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독일식 디자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디자인해왔던 방식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방향도 다르지만 풀어내는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한국은 보이는 결과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었다면 바우하우스는 원리와 과정에 충실한 느낌입니다.
마페 학원을 다니면서 들은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머릿속에 제대로 와닿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일로 유학을 결정한게 제대로 된 결정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교육과정이라면 뭐라도 남을게 분명하고, 몇 단계는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살면서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몇 개 안되는데 이번 전시회는 기억 속 전시회 순위에서 정말 최상위권을 차지할만한 전시회였네요. 한 번 더 가봐도 좋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