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se의 독일 생활기/먹고, 마시고, 입고, 살고

2020년 가을. 코로나로 난리난 유럽에서 산다는 것.

Wonse.D 2020. 11.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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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온지 벌써 2개월이 넘어갔습니다. 막 독일에 돌아왔던 9월 초만 해도 베를린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건만, 현재는 최소 하루 1500명을 넘나드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인 Chalottenburg에는 노인 분들이 많이 삽니다. 그래서인지 매일 구급차가 왔다갔다 합니다. 하루에 적어도 다섯 번 정도는 사이렌 소리가 귀에 박힙니다. 베를린에 코로나가 대창궐하기 전에는 이 정도로 자주 들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번 밖에 돌아다니지 말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매일 들리던 항공기의 이착륙 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테겔공항이 폐쇄돼고 브란덴부르크 신공항이 문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살고 있는 집의 큰 이점 중에 하나가 테겔 공항이 가깝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사라졌네요. 다행히 딱히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독일어 C1를 따고 바로 할레로 이사가야 하기 때문에 공항을 이용하려면 한참 남았거든요.

 

솔직히 지금 걱정해야할 건 독일어 뿐입니다. 하루 종일 독일어 공부만 붙들고 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굉장히 더디게 독일어 실력이 늘고 있습니다. 독일어를 배운지 딱 1년 차인데 지금 느낌은... B2정도 되는 것 같아요. C1는 도대체 언제 딸 수 있을까요?

 

대략적인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한번 합니다. 안하면 오전 내내 찌뿌둥하기 때문에 꼭 해야합니다. 잘못하면 담 걸리는데 그건 정말 스트레스니까 귀찮더라도 스트레칭 정도는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독일어 수업이 있는 날은 9시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스카이프를 켭니다. 두시간 수업 후 독일어 공부를 하다가 11시 반이 넘어갔다 싶으면 짝궁의 배고파 소리가 들립니다. 도비는 점심 준비를 합니다. 유일한 창조적 활동인 요리는 그나마 삶의 활력이 되어줍니다. 이것저것 해서 맛있게 차려 먹고나서 조금 쉽니다. 제가 식사 준비를 했으면 보통 짝궁이 설거지를 하겠죠.

 

기지개 켜고 아침빵!

 

점심 식사 이후에는 한국의 부모님께 전화를 겁니다. 독일 오후 1시에 겨울이면 8시간 시차니까 한국은 저녁 9시입니다.페이스톡으로 안부도 묻고 수다도 떨다보면 1시가 넘어갑니다. 조금 더 쉬다가 오후 2시에 다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오전에 2~3시간 독일어 공부를 했다면 목표 달성입니다. 스스로를 칭찬해줍니다. 오후에도 3시간 정도 하면 좋습니다. 그럼 하루에 6시간이고 목표인 9시간까지 얼마 안 남습니다. 5시에 공부를 스톱하고 저녁을 또 준비합니다.

 

식사를 직접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이 짓을 도대체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어떻게 했나 싶습니다. 밥하다가 하루가 다 가요. 시간이 어떻게 보면 아깝기도 하거니와 힘이 빠지는게 보통 일은 아닙니다. 저녁먹고 7시에 독일어 공부를 합니다. 3시간을 더 하고 싶지만 보통 이쯤이면 힘이 없어서 3시간은 무리입니다. 한두시간 정도만 해줍시다. 너무 많이하면 다음 날 지쳐서 독일어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져요.

 

그리고 나서 선택지는 5개입니다. 

 

  • 1.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기
  • 2. 게임하기 (나는 카트라이더, 짝궁은 스도쿠)
  • 3. 보드게임하기 (윷놀이, 화투, 원카드 등등...)
  • 4. 블로그 글쓰기
  • 5. 운동하기

 

이게 코로나 대창궐 시대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게임도 한 두판하면 질려서 끝나요. 그럼 블로그 글을 씁니다. 목표는 하루에 하나! 그냥 생존 기록 남기고, 뭔가 한다는 생각으로 일 삼아서 하다보면 은근 재밌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게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이에요.

 

독일어를 더 많이, 빡세게 하면 빨리 늘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장기간 마라톤이 불가능하니까 적당히 하고 운동을 좀 해줘야죠. 몸집이 작으면 인종차별 당하기 딱 좋다던데 몸을 불려야....(이래도 별로 운동 안합니다. 습관 어디 안가요.) 이렇게 하루하루 뱅뱅 돌다보면 어느새 어두컴컴해지고 저녁 12시가 다 됩니다. 이제 잘 시간이네요.

 

유학준비생이 유럽에서 버티는 하루를 그냥 적어봤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ㅎㅎ

내일은 좀 더 재밌는 글을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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