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자인 대학 첫 수업 1편 (1/2) :: 독일대학 유학일기
어제의 오티에 이어 오늘은 수업이다.
수업시작이 10시여서 느긋하게 나오다가 트램을 놓쳤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라 다행이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을 찾아갔다. 여기서 남주랑은 잠시 안녕이다. 교실은 그냥 회색빛의 전형적인 독일 Zimmer다. 특이한 점은 책상이 엄청 널찍널찍 떨어져 있고 이름표가 붙어 있다는 거. 맨 처음엔 그것도 모르고 아무데나 앉았다가 Name가 어찌고 저찌고 얘기하는게 들리길래 다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민망하게 나랑 어떤 남자애가 마주보고 앉는다. 아 말걸면 어떡하지. 근데 하루종일 말 안걸었다. 아 이건 더 별론데. 맨 처음부터 자기소개다. 어제 연습해놓은 보람이 있다. 나 혼자 반에서 외국인에 심지어 동양인이라 그런지 소개를 하는데 전부 한명도 빠짐없이 나를 쳐다본다. 얼굴이 빨개지는게 내가 느껴지는 거 보니 분명 붉은 고구마같은 얼굴이었을거다. 독일어 유창하게 못하니까 천천히 말해줘 이런 얘길 했는데 교수님이 '말 잘하네 뭐~'라고 하셨다. 그… 연습한거라 그래요 진짜 아니에요 교수님.
중간에 10분 쉬는 시간이다. 옆에 있던 여자애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어디서 왔냐 뭐 어디즈음 사냐 그런거였다. 2일 전에 이사왔다고 그래서 좀 놀랐다. 수업 시작전에 공구 하나씩 담당을 정해줘서 들고 오라길래 그 공구들을 모아놓고 그리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고 공구를 만드는 거다. 뭘로 만드냐면, 종이로. 두꺼운 종이를 자르고 접고 붙이고해서 펜치를 만드는게 내 하루 목표였다.
주어지는 도안은 없었다. 도안도 내가 만들어야 된다. 3D 프로그램을 돌리는게 아니고 손과 머리를 돌려 3D모델링을 한거다. 형태랑 덩어리랑 면 이해하는데는 이만한게 없을 것 같긴하다. 좀 만들다보니 점심시간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