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독일인 짝궁이 생겼다 2편 (2/2) :: 독일대학 유학일기
수업 내용은 눈에 보이는 외관적 공통점이 있는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밖에서 줏어와서 나열하는 과제다. 단순히 플라스틱 모음! 이런 것은 아니고 조금 더 복잡했다. 둘이 짝지어서 나가야 된다고 하시더니 제비뽑기가 갑자기 진행된다. 운이 좋게도 내 옆에 앉은 그 남자애가 짝이 됐다. 이름은 다비드. 나이는 22살. 딱봐도 성실하게 생긴 타입이다. 영어로 데이빗은 뭔가 간지가 안나는데 독일어로 다비드라니까 뭔가 좀 있어보인다.
둘이 밖으로 나가 공사장으로 갔다.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공구도 줍고 쓰레기같은 것도 주워 모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 3년동안 아우스빌둥(직업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심지어 목공이다. 와 너 목공 거의 마스터 아니니 쩐다! 라고 했더니 부끄러워하면서 아니라고 한다. 나중에 목공작업 할때 물어봐도 되냐고하니 당연히 된다고, 너는 나중에 나 라이노 좀 가르쳐주라 라고 서로 훈훈한 덕담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캠퍼스로 돌아왔는데 이 친구 엄청난 인싸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다른 독일애들이 거의 모르는 애가 없다. 갑자기 한 여자애가 옆에 식사에 꼈는데 이 친구도 산업디자인이었다. 남주에게 6년동안 배웠던 대로 활짝 웃으며 '너도 산업디자인이야? 반갑다!' '손뼉치고 리액션을 했더니 효과 만점이었다.
밥먹고 다시 나가서 한바퀴 돌았다. 길거리에 뜬금없이 퐁듀 기계가 나와있었다. 거기 붙은 버튼이 맘에 들어서 어떻게든 뜯어내려고 둘이 낑낑거리는데 지나가던 초등학생 정도 아이가 거기서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예술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하고 대답해줬다. 물어본 아이가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건 아니다.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냥 질문을 안했을 뿐. 다 큰 남자애 둘이 길거리에서 쓰레기 붙들고 낑낑거리고 있으면 이상한게 당연하다.
캠퍼스로 다시 돌아와서 모아온 것들을 분류하고 교수님한테 컨펌을 받았다. 다비드와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이 친구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 분명 나중에 과에서 에이스로 날릴 것 같다. 친하게 지내야징. 컨펌 후 부족한 것들이 조금 있어서 캠퍼스 내의 모든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금방 부족한 파츠들을 발견해서 반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다비드랑 붙어있다보니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거의 오늘만 10명가까이 통성명하고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다가 아직 독일어를 유창하게 말을 못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들 자신들이 2년 한국에 살았으면 이 정도 한국어 못했을 거라고 이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위로해준다. 애들이 참 착하다. 어찌 수업이 끝나게 되었다. 여긴 이상하게 교수님이 끝! 하면 가는게 아니고 다들 알아서 간다. 아직도 수업 끝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