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대학 졸업하고 잘 살 수 있을까? - 독일 생존기 25.03.17
서울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과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했던 친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인턴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로 인턴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이 대화의 중심이 되었다. 친구는 인턴십 동안 사수와 부서장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나중에 회사에 지원하면 이름과 부서를 적기만 해도 어드밴테이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작은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받을 일이 애초에 없었고, 그 차이가 실감이 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우리는 우리 학교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다른 학교들은 인턴 기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거나, 시와 협력해 전시를 함께 하거나, 산업디자인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우리 학교는 내부에서 서로 칭찬하며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느낌이 강했다. 외부에서 보면 우리 학교 출신은 거의 없었고, 졸업한 후에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모두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인스타그램 학교 계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학기에 우리가 만든 가구가 소개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학생의 프로젝트는 올라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왜 저런 프로젝트는 잘한 것처럼 소개되는데, 우리의 작업은 거의 보이지 않는 걸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학교에서 띄워주던 학생들이 정작 바깥에서는 그렇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학교에서 픽을 받는다는 게 꼭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꼭 성공해서, 나중에 학교가 우리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날이 오면 멋지게 무시해 줄 거다. 점점 독기가 생긴다. 우리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학교에서 해주는 건 많지 않았고, 우리가 스스로 배워가며 길을 찾아야 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도움 없이 결국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