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se의 독일 생활기/디자인하고, 공부하고

독일 유학을 결심한 이유 3편. 왜 영미권이 아닌 독일인가?

Wonse.D 2020. 11.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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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글임을 알립니다.

 

 


 

독일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한 이후, 유학을 간다고 주변 사람한테 얘기했을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겁니다.

 

 

" 왜 미국이나 영국 안가고 독일로 가?"

 

사실 저도 맨 처음엔 당연히 미국이나 영국을 생각했었죠.

그게 보편적이기도 하고,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인에게 그나마 친숙한 언어가 영어입니다.

물론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speaking이 매우 부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전혀 생뚱맞은 독일어를 익히는 것에 비하면 영어를 회화가 가능한 상태로 트레이닝 하는게 훨씬 현실성 있어보입니다.

 

 

둘째. 한국에는 영미권 유학이 알아보기도 쉽고, 준비하기도 좋다

수많은 사람들이 갔던 길입니다. 소위 엘리트들이 유학파 출신인 경우도 많고, 한국에서 인지도 높은 디자인 대학들이 꽤 영미권에 많죠. 예를 들자면 LA의 아트센터나,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그리고 런던의 왕립예술대학(RCA)가 한국에서 잘 알려진 해외 디자인 대학입니다.

 

 

셋째. 한국은 영미권 유학을 정말 높게 쳐준다.

이것은 특히 저의 부모님 세대에 강력하게 박혀있는 관념인데, 유학 출신을 정말 높게 쳐줍니다. 아니라고 부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유학출신이라고 하면 대부분 오~하는 반응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반응은 특히나 예체능 계열에서 강하게 나타나고는 합니다. 해외의 예술적 감수성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미권이 아닌 독일을 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RCA와 아트센터

1. 영미권 유학 인재는 이미 인플레이션 상태다.

 

이것은 제가 주변 선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고, 다니던 대학 교수님께 직접 조언을 들은 부분입니다.

최근 몇 년간 디자이너가 취업하기가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 전편 글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유학파 디자이너는 상황이 많이 다를까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유학의 루트는 이렇습니다.

 

영미권 대학진학(보통 석사) - 졸업 - 귀국 후 한국 취업

 

문제가 있다면 이제 이 루트가 거의 소용이 없게 됐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비슷비슷한 유학파들이 점점 늘어나서 한국에 유학파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희귀성이 사라지게 되고, 유학파 인플레이션 상황인 것이죠. 

실제로 교수님이 말해주신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국 예술대학 Top 5안에 든다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RISD)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선배가 1년이 넘도록 한국에서 취업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케이스가 주변에 계속 생기고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유학 다녀왔다고 딱딱 취업되는 것은 이제 옛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기업들이 순수 토종 한국 디자인 대학 졸업자의 포트폴리오와 해외 유학자의 포트폴리오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인정받는 커리어는 유학후 졸업. 여기서 끝이 아니라 현지 기업에 취업해서 경력을 쌓고 오는겁니다.

'해외 유학파 + 해외 경력직'이 한국에서 먹히는 스펙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비단 디자인계열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중전공을 하며 사귄 경영학과 친구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인터넷만 살짝 검색해봐도 아이비리그 유학이 엄청난 비단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 영미권 현지 취업이 굉장히 어렵다.

 

 

사실 대학 선배가 한국에 빨리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게 아닙니다. 영국과 미국의 취업시장이 생각보다 취업이 힘듭니다. 가장 큰 이유는 2년의 석사과정이 생각보다 빡빡하고, 한국에서 자란 이상 영어가 아무리 익숙해도 언어를 쫓아가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학 수업 따라가랴, 논문쓰랴, 졸업작품 만들랴, 영어 공부하랴 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2년이 지나가고 적응할만하다 싶으면 석사과정이 끝나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6개월간 구직이 허용된 비자기간이 끝나기 전에 직장을 구해야하죠.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학교 졸업 처리하면서 이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쫓기듯 직장을 구하다가 한국에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죠.

 

 

거기에 더 심각해진 것은 영국과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입니다. 미국은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취업비자 발급받기 까다롭다는 미국인데 그 정도가 더 심해졌죠. 아래 기사 참고하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https://www.voakorea.com/world/us/trump-visa

 

트럼프, 외국인 취업 비자 발급 올해까지 중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올 연말까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H-1B)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기타 숙련된 노동

www.voakorea.com

 

이러한 상황이니 정말 능력이 뛰어나서 바로 취직해내는 능력자가 아니면 미국에 남아있기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영국은 그래도 미국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글쎄요... 브렉시트 이후로 영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미권으로 유학이 꺼려지는 큰 이유는 다음 3번이 아닐까 싶어요.

 

 

 

3. 유학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영미권 유학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집안 허리를 뽑아 뼈를 찜쪄먹을 정도의 유학비용입니다. 지인 중에 영국 RCA를 석사유학 갔던 친구가 있고, 미국 아트센터를 유학간 친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금전적 정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만 얘기하면 RCA는 최소 연 1억이 깨지는 수준이고, 아트센터는 3년동안 5억이 깨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트센터 다니는 친구는 '이 돈이면 작은 까페를 몇 번 열겠다' 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RCA를 간 친구도, 아트센터를 간 친구도 집안이 금전적으로 매우 넉넉한 편이라 그만한 비용을 감수하고 유학을 갈 수 있었죠. 그럼에도 집을 이사해서 규모를 줄이는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네요.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 즉 본인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냐였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아닙니다. 연 1억이라니 감당 못해요.... 이 때 영미권 유학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려면 해당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거나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좁은 문으로 도박을 걸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심리입니다.

 

 

 

 

4. 영미권에서 배우는 디자인 대학 커리큘럼과 한국 디자인 커리큘럼이 유사하다.

 

커리큘럼과 교수는 유학에서 정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금전적인 것을 제외하면 가장 1순위라고 할수 있죠. 한국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외국에서 배운다는게 실질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그런 경우엔 해외 유학파라는 타이틀과, 학위만 남을 뿐이죠. 하지만 1번에서 얘기했듯 타이틀만으로 취직이 턱턱 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뭘 배울 것인가 입니다. 자신이 해외에서 유학을 가야만 하는 디자인적인 이유를 찾아야하는 것이 유학 결정의 키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미국과 영국 대학은 한국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가 잘 먹혀들어갑니다. 유학 결정 후 포트폴리오를 이곳 저곳 들고 다니며 자문을 구한 결과, 영미권에서는 무난히 먹혀들만한 포트폴리오라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도 영미권의 커리큘럼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요. 즉, 배울 것이 분명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5. 원하던 CMF디자인에 관해 전문적으로 배우기 어렵다.

 

저와 제 짝궁은 제품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 특성상 UX에 관해서도 꽤 많이 배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앞으로 배우고 싶던 디자인은 CMF디자인이었죠. CMF 디자인은 Color, Material, Finishing Design의 줄임말로 언젠가 다른 글을 통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아무튼 CMF 디자인을 배우고 싶으니 그 커리큘럼을 찾아야했고, 그런 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이 있는 나라는 딱 두군데 였습니다. 첫째. 북유럽 디자인대학들. 그리고 둘째로 독일의 대학들이었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잘 알려진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 강국들입니다. 독일은 제품뿐 아니라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으로도 유명하고, 실질적으로 지금 EU의 리더를 담당하는 산업 강국이죠. 두가지 선택지를 놓고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독일이었죠.

 

 

일단 현실적 요소들이 북유럽으로 가는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북유럽이 확실히 영미권보다는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1년 대학 비용이 적게는 3천만원에서 크게는 5천만원이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것. 그리고 현지 취업을 하려면 결국 스웨덴어나 노르웨이어를 해야 유리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대학교 숫자가 일단 별로 없어요. 후보지를 추려보니 스웨덴은 3,4개 대학이 남았고 노르웨이는 1,2개가 지원 가능한 전부였죠. 반면에 독일은 대학이 정말 많았습니다. 엑셀로 따로 정리를 해야할 정도였죠.

 

 


 

이렇게 필터를 거치고 거친 결과 유학을 결정하게 된 나라가 독일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독일 유학의 자세한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갔는지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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