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생을 위한 유학원의 독일현지 꿀팁 세가지
점심을 얼른 해먹고 유학원인 제이클래식 본사에 갔습니다.
지하철에서 꽤 걸어가서 유학원에 도착했습니다. 방향을 약간 잘못 잡아서 주차장 벨을 누른 게 조금 바보 같은 짓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순조로웠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평범한 회사 같았습니다. 저와 여자 친구 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렴풋이 짐작하기로는 같은 유학생들 같았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유학원 대표님이 들어왔습니다. 유학원 대표님은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외관을 가지신 분이었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습니다. 장장 4시간을 대표님이 직접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진짜 금쪽같은 정보의 소용돌이였습니다. 말해주시는 것들이 정말 좋은 정보라 손아귀가 아프도록 필기했습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몇개 해주셨는데 이 곳에 써볼까 합니다.
1. 독일인들의 판매 마인드 : 안팔아. 나가!
독일 노동자들의 마인드는 한국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소비자는 왕이죠. '엣 헴엣헴 내가 돈을 내니 잘하거라'라는 것이 소비자의 기본 마인드이고, 판매자는 고객님이 노하지 않게 잘해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갑'이 판매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사회 전반에 깔린 마인드 자체가 다릅니다. 독일은 판매자와 노동자가 '내가 팔아주는 것에, 일해주는 것에 감사하거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추가적인 서비스를 해달라고 조금이라도 억지를 쓰면 '당신한텐 안 팔아. 나가!'라고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노동자들 또한 당당하게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다고 하니 한국과는 많이 분위기가 다르겠죠.
2. 계약은 절대적.
간단한 예로 휴대전화 통신사를 보겠습니다. 한국은 스마트폰을 사면서 2년 동안년동안 통신사에 약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2년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많지는 않죠. 더 최신 기종이 나오거나 좋은 혜택이 생기면 위약금을 내고 다른 통신사로 옮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약정과 계약을 깨고 유연한 대처를 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2년 약정으로 '계약'이 되어있는데 옮긴다구요? 그럼 위약금이 아닌 2년 동안 내야 하는 요금을 다 내고 계약을 파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진짜로 2년치를 다 받아내냐고 물으신다면.... 네. 진짜로 2년치 통째로 다 내야 한다고 합니다. 아님 법정을 가야한다고 하네요. 대표님이 소개해주신 사례로는 베를린에서 유학 준비 생활을 하던 학생이 집 앞 피트니트 센터를 등록했었답니다. 반년 뒤에 다른 지역의 대학에 합격해서 피트니스 자동이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했다고 하네요. 알고 보니 계약서에 1년짜리 계약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독일어라 꼼꼼히 읽지 않고 서명했고, 그래서 나머지 반년 치를 전부 내고서야 해지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서명 함부로하다가는 지갑이 탈탈 털리니 조심해야 합니다. 꼭 완벽하게 이해하고 싸인합시다.
3. 운동은 진짜 생존을 위한 것.
사람 기분은 기압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서울의 기압은 평균적으로 사시사철 1020에서 1030이라고 하네요. 그렇지만 독일의 겨울은 기압이 800까지 떨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되냐면 저혈압이 심한 사람들은 길가다 풀썩하고 주저앉습니다. 비교적 멀쩡한 사람도 하루 종일 꿉꿉하고 몸이 무거워지고요.그래서 아프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아프다고 느끼면 보통 유학생들은 부모님께 몸이 이상하게 안 좋다고 말합니다. 그럼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보약을 드링킹 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집에 박혀서 요양하는 루틴을 가지기 십상입니다. 대표님은 그렇게 살아서 두 달 만에찌는 학생을 보셨다고 합니다. 그 꿉꿉하고 무거운 기운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운동과 커피뿐이라고 합니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폐활량을 유지해야 찌뿌둥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베를린에 도착하고 나서 계속 몸이 가라앉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길래 뭐지 뭐지 했는데 이거였습니다. 실제로 아침에 조깅하고 커피를 한잔 마셔서 강제로 신진대사를 돌렸더니 멀쩡해졌습니다. 형들이 말하던 '30대가 되면 몸이 달라' 이건 줄 알았는데 아닌듯하네요. 다행입니다. 운동이라고는 정말 징그럽게도 안 하던 저를 운동시키다니... 군대도 못한 걸 독일이 해냅니다. 역시 인간은 허약하고 지구는 위대하네요.
알찬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니 미친 듯이 배가 고팠습니다. 유학원에서 추천해준 한식당은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순대국밥이 15000원이라고 하네요. 아하! 저는 돈이 없어서 이만 집에 가보겠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침구류 사러 가구마트를 들렀습니다. 간단하게 이불 커버 정도만 사고 집에 와서 소시지를 구워 먹었습니다. 딱 깠을때 찌린내가 납니다. 뭐랄까요...고양이 쉬야 냄새 같은 게 납니다. 근데 구우면 냄새가 없어지고 정말 맛이 좋습니다. 뭔가 한국에서 절대 쓰지 않는 향신료가 들어간 걸까요?
매쉬포테이토는 정말 담백하고 배를 잘 채워줍니다. 왜 독일인들의 주식이 감자인지 이해가 갑니다. 버터를 매쉬포테이토에 섞으면 한국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매쉬포테이토 맛이 나니 참고하세요.
독일 맥주가 먹고 싶습니다. 오늘도 너무 스케줄이 빡빡한 강행군이라 피곤해서 마실수가 없습니다. 손 뻗으면 닿는 찬장에 가지런히 놓인 맥주가 있는데 피곤해서 못 마신다니... 지금 독일에 와있는 제 인생이 잘 굴러가고 있는 걸까요. 생각이 깊어지는 밤입니다.
19.10.23
*독일 유학 준비하는 사람은 일단 제이클래식 유학원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용자로서 200% 만족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