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독일-한국 입국기 & 루프트한자 후기
6월 말에 쭐라슝을 받고 7월 초에 한국으로 잠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학원도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고, 아직 TestDaF를 보기에는 애매한 실력이라고 생각해서 한국에 들어간다 한들 크게 생활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번에 안가면 도대체 언제 갈지 각을 재봤는데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일단 2달정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가장 고민이 컸던건 어떤 항공사를 이용하냐였어요. 여행사를 통한 항공편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환불요청한게 아직도 안들어왔고, 그래서 무조건 항공사에서 바로 예매를 하기로 결정했죠.
대한항공이랑 아시아나가 후기는 제일 훌륭했어요. 일단 코로나가 폭발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환불해준다는 점이랑, 스케줄 변경도 제대로 응대해준다는게 좋았습니다. 그러나 가격이...저랑 제 짝궁 둘이해서 300만원인게 좀 심각했습니다.
너무 비쌌어요...ㅠㅠ
그래서 KLM과 루프트한자를 놓고 고민하다가, 다른 나라 경유하면 검역도 복잡해지고 무슨 사태가 벌어져도 항의하기가 힘들 것 같더라구요. 최악의 경우 루프트한자는 직접 사무실이라도 방문하면 되지만 KLM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경유지가 기왕이면 하나의 국가 안에서 다 해결되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루프트한자로 최종결정하고 비행기를 예매했습니다.
출발 당일 테겔 공항입니다.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어요. 비행기가 연착될 일은 없겠구나 싶어 안심이었습니다. 공항에 들어가기전에 KF 95짜리 마스크를 장착하고 들어갔습니다. 요즘 공기전파 이야기도 있어서 무서웠거든요. 기내식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화장실도 가지 않기 위해 미리 집에서 나오기 전에 다 비우고(?) 나왔습니다.
공항에 들어갔더니 썰렁했습니다. 이 때 '아 다행이다. 다닥다닥 붙어서 비행기 탈 일은 없겠지?' 싶었죠. 수하물을 부치는 곳도 일찍 열려있길래 후딱 처리하고 좀 쉴 수 있었어요.
검역하는 곳도 일찍 열려서 후딱 들어갔습니다. 이제 표를 사람이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캔 기계에 제가 알아서 찍는 걸로 바뀌었더라구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적을 거라는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비행시간이 다가오자 게이트 앞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졌어요. 그 와중에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도 상당수였고, 심지어 마스크 내리고 떠들거나 통화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진짜 왜 이러는 걸까요... 감염자가 유럽 내에선 적은 편이라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끝난게 아닌데요 ㅠㅠ
베를린 - 뮌헨 행 루프트한자 탑승객 사진입니다. 가운데를 비워놓으려는 노력을 조금 한 것 같기는 한데요. 하지만 인원을 제한하지는 않나봐요. 승객이 더 있으면 가운데에 딱딱 다 박아놨습니다. 저와 제 짝궁도 3명 꽉차서 왔어요....
뮌헨에서 환승하는 동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가게도 거의 모두 닫혀있었습니다. 연 곳이라고 해봐야 간단하게 음료 파는 정도였어요. 특히 명품 파는 가게는 모두 닫혀있던 기억이 나요.
이 때도 여전히 마스크는 벗지 않았습니다.
환승할 때 심사대에서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저랑 제 짝궁이랑 분위기가 판이했습니다. 저는 비자를 자세히 보더니 Ok하고 그냥 보내줬어요. 근데 제 짝궁은 거의 심문을 받았습니다.
도움이 될까하여 질문 목록을 남깁니다.
1. 너 어디가니?
2. 왜 독일 나가니? 돌아오니?
3. 얼마나 나가있니?
4. 왜 돌아와야하니? = 대학 공부해야한다고 답함
5. 얼마나 오래 공부해야하는데?
6. 너 비자 다음해에 끝나는거 알지?
특이사항이라면 얼마나 오래 공부해야하냐고 물었을 때 대학 4년 넘게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아서 'vielleicht' 라고 붙였더니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하네요. 그냥 딱 떨어지게 정확히 얘기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환승해서 탑승하니 훨씬 큰 비행기입니다. 탈 때 줄이 생겨서 사람이 꽤 있구나 했는데 그래도 많진 않더라구요.
보통 한 줄에 한명 앉았습니다. 저랑 짝궁은 그냥 같은 줄 앉았어요.
뮌헨에서 인천 비행기는 약 9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한글 자막은 거의 지원되는게 없었고, 애초에 마스크 때문에 답답해서 뭘 즐기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최악이었던 것은 마스크 줄이 점점 귀를 파고들어서 너무 아프더라구요. 하지만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는 귀에 멍드는게 나은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너무 아플 때는 손에 마스크 줄을 걸고 뒤로 당기면서 귀를 잠깐 쉬게 해줬습니다.
정말 팁 드리고 싶은 게 귀에 거는 마스크가 아닌 머리에 고정할 수 있는 마스크를 쓰고 가시라는 거에요. 진짜 너무 아파요.
기내식은 두번 나옵니다. 한번은 파스타, 한번은 그냥 차가운 빵과 요거트였어요. 마스크 잠깐 벗고 최대한 빨리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단식하는셈 치고 안먹을 걸 그랬나봐요. 기내 감염 사례가 꽤 많더라구요. 솔직히 자가격리 중인 지금도 불안합니다.
그리고 정말 불안했던 것은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더라는 것...!
긴 비행 끝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뮌헨공항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의 복장을 한 검역원들이 쫙 깔려있습니다. 이래서 검역모범국인가봐요. 비행기 안에서 작성했던 네장 정도의 서류를 꼭 쥐고 가면 체온부터 확인하고, 바로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게 됩니다.
자가격리 앱 아이디를 등록해야하는데 코로나네요...ㅋㅋㅋ 직관적이긴 하네요.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다 깔아야하는거 고려하면 저게 맞는 거 같아요.
맨 처음으로 제출하게 되는 것은 노란색 종이입니다. 개인정보 적고, 어디서 격리할 건지 적고 내면 됩니다.
그리고 이동해서 적어낸 연락처와 실제 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다른 종이를 쥐어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육군 장병들이 와서 고생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검역 절차가 보안사항에 해당되어 촬영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지웠습니다. 워낙 고생중이시니 부탁하시면 지침 잘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체감상으로는 4단계 정도 거치고 밖에 나온 것 같아요. 마스크는 마지막 여권 확인할 때만 살짝 벗습니다. 그리고 나오니 짐이 이미 도착했네요. 워낙 절차가 오래걸려서 짐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귀가를 하게 되는데 들었던 것과는 달리 버스를 타고 해당 지역 보건소로 가는게 아니더라구요. 3일안에 지역 지정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어디인지 어떻게 아냐고 질문드렸더니 앱에 연결된 연락처로 연결하면 된대요. 와우 역시 IT강국 한국이네요.
버스가 당연히 훨씬 쌀거라고 생각되어서 타려고 했는데 방금 떠나서 3시간 반을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비행시간 대기시간 포함 거의 13시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귀가 너무 아프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는 방역요원분이 직접 연결해주셨어요. 대기 중인 택시 기사님들이 계시고, 친절하게 짐까지 실어주십니다. 가격은... 그냥 택시 요금이라 많이 비싸더라구요. 버스를 기다릴 체력과 시간이 있으시다면 버스 타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집에 도착해서는 텅 비어있는 집으로 들어갑니다. 안에 계시던 어머님은 미리 나와계셨고, 저희는 마련된 각 방에 들어갔어요. 저희 덕분에 집이 반토막났네요...ㅎㅎ 다음 글에 보건소 방문 이야기 적어보겠습니다.
부디 모두들 무사 귀국하시길 바라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