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유학을 결심했던 2019년 초반에, 한국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근거로 뚜렷한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제 이야기를 읽다보면 대충 이해가 가실겁니다.
한국의 기업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뽑는 곳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가고 싶은 길인 제품디자인을 뽑는 곳은 정말 드물죠.
디자인에는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그 분야에 맞춰서 뽑는 곳이 많습니다. 각 영역별로 대표적인 기업을 뽑아보았습니다.
제품디자인 | 패키지디자인 | 자동차디자인 | UI,UX디자인 | 게임디자인 |
삼성전자, LG전자, |
CJ, 오뚜기, 농심.... | 현대,기아 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
SK, KT, Naver, 다음카카오.... |
Nexon, NC soft.... |
제가 위 다섯가지 분야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제품디자인 분야 뿐입니다.
다른 분야는 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에게 들은 귀동냥과 업계 소문정도구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제품디자인 분야만 중점적으로 다루고, 다른 분야는 카더라 통신만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현재 인하우스 제품디자이너가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인하우스 제품디자이너'를 뽑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제품디자인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가장 많이 뽑는 곳은 어디일까요?
한국에서 가장 큰 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일 것입니다.
삼성전자 인하우스 디자이너
그렇다면 삼성전자부터 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공채가 거의 항상 열리고, 제품디자인도 뽑습니다.
삼성전자는 CE/IM이라는 이름으로 제품디자이너를 뽑고 있는데요. 이 공채의 최종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는데, 그 방법이 삼성디자인멤버십의 최종 합격 인원을 보는 방법입니다.
삼성디자인멤버십은 인하우스 제품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인 전공생이라면 한번 쯤 듣게 되는 이름입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 때는 삼성의 실무팀과 같이 산학을 하며 일할 수 있는 디자인 전공 대학생으로서 최고의 스펙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2번을 지원했었는데, 전부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가까운 지인이 삼성디자인멤버십 출신이라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죠. 삼성 디자인 멤버십은 한 기수가 약 20명 안밖입니다. 그 안에서 분야가 3개로 나뉘기에 분야로 따지면 7명 정도가 맞는 것 같네요.
ID (industrial design) - 약 7명
VD (Visual design) - 약 7명
UX (User experience) - 약 7명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한 기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대략 10명 넘었다고 하는데...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더 줄었을지도 몰라요. 아시다시피 갈수록 경제도 점점 어려워지고, 디자이너가 삼성 내부적으로 숫자가 늘다보니 뽑을 이유가 점점 없어지는거죠. 그리고 이 대략 7명은 삼성 공채에 지원하면 멤버십 수료생으로서 따로 평가받습니다. 이것은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2년동안 삼성내부에서 합을 맞춰보면서 삼성 맞춤형 인재로 키워졌으니, 오픈된 공채 사람들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는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디자인 멤버십에 들어갈 때조차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멤버십에 합격한 학생은 불공평하다라고 누가 의견을 제시할만한 어정쩡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 7명이 다 정규직 디자이너로 합격하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심사과정을 거쳐서 합격하는 숫자는 적으면 3명, 많으면 5명입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해가 갈수록 한명한명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래도 이만한 합격률이 없으니 대학교 2,3학년 때 디자인 멤버십에 합격하는 것이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애초에 디자이너는 숫자가 그리 많이 필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한둘의 뛰어난 디자이너가 보통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죠.
그런 기업에서 5명을 전환형으로 뽑고나면 몇 명이나 더 공채로 뽑을까요?
많아봐야 3명. 적으면 한둘입니다.
만일 내가 삼성전자를 공채로 뚫고 들어가서 제품디자이너가 되겠다. 라는 것은 즉,
" 내가 대한민국 제품디자이너 취업준비생중에 Top10안에 들어가겠다. "
라는 뜻이 됩니다. 생각보다 말도 안되는 경쟁률이죠. 그리고 공채는 학생만 지원하나요? 아닙니다. 에이전시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온 중고 신인들도 엄청나게 지원할겁니다. 그러면 이제 점점 문이 좁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LG전자 인하우스 디자이너
두번째로 한국에서 디자이너를 많이 뽑는 LG전자입니다.
LG는 수많은 계열사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은 더 많은 분야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더라도 LG 생활건강에 들어가거나, LG 하우시스에 들어갈 수도 있죠.
그.러.나. LG전자는 들어가는게 불가능합니다. 왜냐,
'LG전자는 경력만 뽑습니다.'
그것도 2년경력 이런게 아니라 5년 경력 이상이어야 합니다.
제가 취업을 알아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LG는 해외경험을 정말 높게 쳐줍니다. 해외인재 전형이라고 따로 있는데
한국에서 5년 경력 디자이너와 해외 디자인대학 졸업생을 동급으로 인정해줍니다.
위닉스, 코웨이등 중견 전자제품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
이제 위닉스나 코웨이 등 중견 전자제품 기업들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알아본 결과 2~3년에 한번 공채가 뜨고, 그마저도 딱 1명만 뽑습니다.
그럼 이제 총합을 내볼까요.
삼성전자 공채 2~3명 + LG 0명 + 중견기업 2~3명 = ??
결국 대한민국에서 공채를 통해서 제품디자이너로 대기업에 들어가는 디자이너는 1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네요.
이제 여기서 갈수 있는 선택지는 또 갈립니다.
1.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 실적을 쌓고 실력을 높여 10명내로 들어서 대기업 문을 뚫는다.
2. 외국에 나가서 커리어를 쌓는다.
3. 작가를 한다.
4. 그냥 디자인을 포기한다.
주변을 보면 의외로 4번이 많습니다. 디자이너 자체가 그리 한국에서 존경받는 직업도 아니고, 박봉이니까요.
디자인에 의지가 뚜렷한 사람들은 1번을 주로 택합니다. 3번은 회사생활이 싫거나 본인의 색이 뚜렷한 경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3번은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드물게 주변에서 보입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2번을 택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커리어를 쌓는게 쉽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외국에 나가기로 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onse의 독일 생활기 > 디자인하고, 공부하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형 색색의 베를린 지하철역 디자인 (0) | 2020.11.22 |
---|---|
독일 베를린 어학원 첫 수업. 노이에슐레(die Neue Schule) (0) | 2020.11.20 |
독일 유학을 결심한 이유 3편. 왜 영미권이 아닌 독일인가? (9) | 2020.11.18 |
독일 유학을 결심한 이유 1편. 한국의 디자이너의 현실 (0) | 2020.11.16 |
독일 유학생을 위한 유학원의 독일현지 꿀팁 세가지 (0) | 2020.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