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나들이 2편. 베를린 동물원
베를린 관광지 탑 10에 빠지지 않지만 독일에 2년째 사는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유대인 박물관 근처에 도착했다. 뭔가 줄이 있다. 이럴 때 보통의 한국인은 일단 줄을 서고 본다. 앞에 분에게 여쭤보니 티켓 사려는 줄이랜다. 네? 인터넷을 뒤져보니 코로나 때문에 일정 인원 이상 안들여보내고 있었고 따라서 예매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인터넷 예매를 찾아보니 약 1시간 뒤의 표만 있었다. 한 시간이라니! 짧은 베를린 나들이에서는 너무 큰 시간이었고 그래서 2차 후보지로 향했다.
2차 후보지는 동물원. 이곳도 역시 언젠가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한번도 못 가본 곳이다. 베를린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것으로 유럽에서도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많은 기대를 하고 들어가진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동물들에게 사료를 줄 예산 편성도 어려웠고, 그래서 동물이 줄어든 곳도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들어가보니 동물들이 그래도 많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밥 시간에 맞춰가서 그런지 동물 친구들이 밥먹는 곳에만 바글바글 몰려있었다. 다들 밥그릇에 고개를 박고 있어서 우리는 주로 그들의 궁뎅이를 구경했다. 저기..얼굴 좀 보여주세요….
유인원 친구들이 모인 건물에는 간판 스타인 오랑우탄과 침팬지, 고릴라는 구경할 수 없었고 이름모를 친구들만 열심히 구경하고 나왔다. 동물원을 돌면서 느꼈던 것은 한국보다 울타리가 굉장히 낮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초식동물 친구들이 있는 곳이 그랬다. 어느 정도냐면 쟤가 갇혀있는게 아니고 그냥 여기 살아준다는 느낌이었다. 산양이나 가젤들이 점프력 좋다는 것은 동물 다큐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걸 고려했을 때 다들 언제든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마실나올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육식동물인 사자 호랑이 늑대는 어디 굴에 박혀있는지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유일하게 본 육식류는 북극곰이었다. 북극곰은 침울한 얼굴로 물 웅덩이의 물을 핥아마셨는데, 수질이 영… 저걸 마셔도 되나 싶게 생겼다. 북극곰 혀 색깔이 회색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재밌게 본 동물은 또 하마다. 물 속에서 두마리가 포개져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마는 폐로 숨쉬는 동물이니까 기다리면 숨이 차서 눈을 뜨고 뭍으로 나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내 인내심보다는 하마의 폐활량이 한 수 위였다.
돌아보면서 느꼈던 거는 베를린 동물원의 1년 정기권을 끊어도 아깝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진짜 확실히 이득이다. 한 번 입장하는데 동물원+아쿠아리움이 22유로다. 1년권은 55유로. 아이랑 외출할 거 생각하면 이 정도면 헐값이지 싶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아쿠아리움과 선생님 방문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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