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수업 첫날 (짝궁 관점, 필자 각색)
wonse(필자본인)이랑 수업이 다른데 들고 가야하는 준비물이 훨씬 부피가 크다. 무거운데다가 비까지 와서 들고 가는게 힘들었다.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장소에 갔더니 방이 너무 예쁘다. 창가가 좋아서 창가에 앉았다. 이름표 같은게 붙어있었는데, 옛날 학생꺼가 아직도 잘도 붙어있네.라고 생각했다. 그 때 어떤 학생이 들어와서 교수님한테 저 자리를 못찾겠어요! 하고 하소연한다. 교수님이 이름이 뭐냐고 묻자 뭐라고 대답을 하는데 그 이름이 내 앞에 붙어있는 이름이다. 어라… 여기앉으면 된다고 소리쳐서 알려주고 사죄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가 그 친구 종이까지 루팡해버려서 나중에 다시 가져다 줬다. 수업은 Licht 즉 빛에 관련된 건데 종이로 박스를 만들고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을 통해서 박스 속을 보고 박스 속을 접고 뭘 붙이고 자르고 해서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연출하는 거였다. 그냥 미니 만화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수님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그런지 독일 애들도 어리둥절해 했다. 외국인 독일인 가리지 않고 모두 미어캣이 되어서 두리번거린다. 어떻게 하는거래? 몰라… 다 이런 분위기.
결국에는 교수님이 한명한명 면담하면서 설명해줬다. 나중에 알았는데 면담하다가 어떻게 디자인 할지를 몰라 울은 아이도 있다고 한다. 1학년 첫수업부터 작업 잘 안된다고 울다니 욕심보소. 한 명씩 면담할 때 향수병heimweh이 있냐고 물어봤다. 없다. 짝궁이랑 같은 과에 붙었다고 그랬는데 교수님이 너무 축하해줬다. 교수님이 백발인데 얼굴은 동안이라 나이가 짐작이 잘 안된다. 일단 스타일리시한건 확실하고. 앞에 앉은 애가 내 칼을 4번정도 빌려갔다.
자꾸 빌리는 것이 미안했는지 뒤 애한테 한번 빌리고 '나 빌렸어!'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자기 작업을 자꾸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도 자꾸 보여줬다. 오후가 되니 자꾸 한명씩 사라진다. 분명히 수업인데 알바하러 가야된다고, 뭐 개인 사정이 있다 이러면서 자꾸 간다. 3시즈음 되니 정말 사람이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 교수님은 갈라면 가라고 그런다. 오 역시 이것이 유럽의 자유주의.
6시에 졸전 오프닝이 있다고 그래서 집에 가야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었다. 같은 반 한국인 친구가 오프닝 행사에 간다길래 고민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오프닝 행사에 도착하니 강당에 사람이 가득하다. 교수님 담화?를 하다가 중간에 이상한 음악을 들려준다. 고주파와 저주파를 섞는 듯한 뉴에이지 음악같은 거였다. 옆에 독일인 아기가 한명 있었는데 음악을 무서워해서 엄마가 귀를 막아줬다.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이해가 잘 안되거든. 암튼 그러고 집에 와서 굉장히 늦은 저녁을 먹고나니 하루 긴장이 쫙 풀리면서 소파에 녹아내리는 중이다.하루가 어떻게 간건지도 모르게 가버렸다. 분명 난 아침에 준비물 챙기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시 집이다. 내일은 또 뭘할까?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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