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날이다. 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근데 이상하게 일주일은 아주 천천히 가는 느낌. 아침에 등교를 하니 가자마자 Rundgang 룬트강이다. 룬트강이 뭐냐면 애들이랑 교수님이랑 다함께 학생들의 테이블을 순회하면서 당사자 설명듣고 크리틱해주고 그런거다. 어제 속으로 열심히 설명을 준비해뒀었다. 앞에 아이들이 끝나고 내 순서가 왔다. 준비했던 문장들을 열심히 말했다. 근데 예상치 못했던 것은 모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는 거였다.
얼굴이 뻘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발표 처음하는 것도 아닌데 진짜 이 긴장감은 뭐지 싶었다. 무사히 말을 다 마치고 교수님과 애들이 한마디씩 했는데 나는 이미 패닉상태였다. 굉장히 기계적으로 ja ja(응응!) 하면서 대답하고 어떻게 끝나긴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고, 뭐 잘 만들었다 그런 얘기 한거 같긴한데 갑자기 귀가 닫혀버리는 바람에 뒷맛이 껄쩍지근했다.
예전에 마페(포트폴리오)학원 선생님이 스케치를 엄청 잘하거나 만드는 것을 잘하면 애들이 와서 막 말건다고 그랬다. 나름 잘 만드는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끝나면 애들이 와서 말 좀 걸어주려나...했는데 쉬는시간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나의 망상은 와장창! 룬트강할 때 계속 서서 들어서 다리가 아팠다. 다들 밖에 나가서 바람쐬는데 나는 그냥 앉아서 다리를 조물거렸다. 적어놓으니 굉장히 불쌍해보이는군. 10분 쉬고 다시 수업시간. 어제처럼 피피티를 교수님이 켜고 다음 수업과제를 이야기한다.
애들이 의자를 끌고와서 주변에 자리를 잡는데 어떤 독일인 남자애 하나가 내 옆에 의자를 냉큼 놓더니 드디어 내 작업물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너 정말 착한애구나 이 형은 감동이란다. 막 멋지다고 잘 만들었다고 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그 애 작업물 얘기도 좀 했다. 걔도 꽤 잘 만들길래 전공을 물어봤는데 같은 산업디자인이라고 한다. 확실히 3D는 산디애들이 특출나게 만드는 거 같다. 다비드가 말을 거니 다른 애들도 맘놓고 와서 말을 건다. 스타트를 누군가 끊어주면 확실히 접근이 쉬운가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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