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집에 대한 로망
어렸을 때 고향에 살 때 맘에 안 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면 뷰였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서로 15층이 넘는 아파트끼리 마주보는 구조였는데, 그래서 창밖을 보면 시야의 대부분이 반대편 아파트였다. 다행히 거리는 꽤 되어서 햇볕은 참 잘 들었지만 그래도 꽤 답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약과였다.
서울에 월세집을 잡는 순간 창밖에는 반대집 벽돌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원룸 중에 바깥 풍경이 쫘악 보이는 집은 거의 없다. 집 앞 도로라도 보인다면 아마도 더 비싼 집이거나 옥탑방일 경우다. 그 때부터 내 집에 대한 로망은 ‘밖에 벽이 아닌 뭔가 보이는 집’이 되었다. 이걸 로망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밖에 뭐가 나무라거나, 공원이라거나, 하늘이라거나 등등 뭔가 예쁜 것들이 보이는 집에 살고 싶었다. 이후에 베를린에 오니까 그래도 창문으로 뭔가 많이 볼 수 있었다.
비록 원룸에 둘이 비좁게 살았지만 창문을 활짝 열면 나무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산책하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그 집에도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그건 햇빛이었다. 독일은 특히 겨울에 워낙 흐리기 때문에 해가 잘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가 한국보다 북반구라 태양이 더 낮게 깔린다. 그런 까닭에 베를린 집에는 여름 외에는 집에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할레에 이사올 때 가장 욕심 났던 것은 햇볕이 집에 잘 들어오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행히 지금 집은 해가 매우 잘 들어온다. 로망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다음 목표는 발코니가 있는 집이다. 거기서 깻잎도 키우고, 작은 텃밭도 만들고 싶은게 개인적인 로망이다. 그러나 나중에 독일 대도시로 이사가거나 서울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렵게 얻은 햇볕과 바깥 뷰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어서 로망이 잘 채워질지 모르겠다.
'wonse의 독일 생활기 > 먹고, 마시고, 입고, 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유학일기 :: 독일어로 말을 걸어주면 고맙다 (0) | 2021.10.16 |
---|---|
독일 유학생 일기 :: 강력한 독일마늘 (0) | 2021.10.05 |
유학생활의 힘든 점. 유학와서 독일에서 '사는 것'과 '버티는 것'의 차이. (0) | 2021.10.02 |
독일 층간소음 해결! :: 정중한 편지 쓰기. 영어+독일어버전 (1) | 2021.02.23 |
독일 코로나 상황과 한국의 코로나 방역 실패 책임론. 한국과 독일을 비교해본다면. (0) | 2021.0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