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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se의 디자인/디자인 작업하고 생각하고

디자인과 입학을 위한 입시생 시절 미대 입시 소묘 그림 1편.

by Wonse.D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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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에 저는 세 번째 대학 입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지금 떠올려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세월이 기억을 많이 미화시켜 줬지만 당시 하루 일정을 생각해보면 그 1년을 어떻게 버텼나 싶네요.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에 늘었던 실력을 원동력으로 지금껏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2011년 당시의 제 그림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때 제가 지원한 대학 중 한 곳은 소묘로 시험을 봤었습니다. 단순한 정물이나 인물 소묘가 아닌 좀 특이한 방식이었는데, 두 가지 주제를 사진으로 주고 한 가지는 실물로 줍니다. 그렇게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화면을 구성하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대학 입시 미술을 해본 분이라면 어느 정도 어떤 대학인지 짐작이 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1. 금붕어 + 샹들리에 + 휴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그림

 

이 그림은 합격한 후에 입시 전문 잡지에 게시됐던 그림입니다.

 

나름 제일 잘 그렸다고 생각이 드네요. 주제는 '금붕어 + 샹들리에 + 휴지'입니다. 물속에 가라앉은 샹들리에에 휴지가 감겨있고, 그 주위를 금붕어가 떠다니는 형식의 그림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미술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를 때 그린 그림이었는데, 보통 시험시간은 4시간입니다. 당시에 손이 얼마나 빨랐었는지 짐작도 안가네요. (근데 왜 지금은 이렇게 빠르게 안될까요) 거의 입시 기계였네요.... 잡지사에 그림을 보내기 전에 그림의 섬세함을 더 돋보이게 추가 작업을 좀 더 해서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자전거 + 꽈리 + 비닐장갑

자전거와 꽈리, 비닐장갑. 그리기 어려운 것들의 콜라보

 

이 그림은 학원 자체 시험 중에 그린 것은 아니고, 선생님께서 '시간 상관 말고 자유롭게 그려봐라'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주제 중에 자전거가 나오면 정말 난감합니다. 제일 큰 난관은 바퀴입니다. 생각보다 투시 들어가는 정도도 너무 어렵고, 바큇살도 제대로 그리는 게 어렵습니다. 조금만 투시가 틀리거나 위치를 잘 못 잡아도 엄청나게 부자연스러워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꽈리라니... 재질 묘사의 끝판왕이죠. 심지어 말린 꽈리라서 묘사할 거리가 넘쳐났었습니다. 바삭바삭해 보이는 정도를 묘사하는 게 관건입니다. 비닐장갑도 만만찮은 주제입니다. 비닐은 뒤가 다 비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부드럽게 그려줘야 하는데 그린 듯 안 그린 듯 표현해주는 것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3. 바이올린 + 개구리 + 붓

바이올린을 기어올라가는 개구리

 

입시 미술을 하다보면 도움되는 몇몇 능력이 있습니다. 만일 머릿속에서 대상을 3D로 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 그리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위에 그려진 개구리는 원래 저 모양으로 사진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등이 보이는 평범한 개구리였죠.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전혀 다른 각도의 개구리를 그릴 수 있었고, 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림에 이야기를 넣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개구리의 줄무늬와 바이올린의 줄의 생김새가 유사하다는 것을 응용해서 이야기를 그려보았습니다. 마치 바이올린을 탈출하려는 개구리처럼 말입니다.

 

 

 

- 입시 시절 기억의 단편 -

저는 처음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위의 그림들도 정말 잘 그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미욱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마지막 한 단계에 올라서지 못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타입입니다. 특히 묘사력이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생님께서 시키셨던 과제가 기억납니다. A1 사이즈의 큰 종이를 준비하고, 마트에 가서 파인애플을 사 옵니다. 그리고 그 파인애플이 썩을 때까지 돋보기로 파인애플을 그리면서 A1 사이즈의 종이를 메웠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계시고,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면 한 번 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정말 힘들지만 묘사력 하나만은 제대로 늘게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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