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독일어 시험 후기들을 보면 대부분 합격과 긍정적인 이야기만 많이 써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사례 뒤에는 수많은 불합격한 사람들이 수많이 있겠죠.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불합격해서 결국 독일어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고 적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는 다행히도 그 벽을 간신히 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가서 자랑할 만한 점수로 넘지는 못했고, 대학에서 정한 어학 제출기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합격했습니다. 정말 피가 마르는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이 곳에 끄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자그마한 바램은 독일어를 하면서 좌절하고 슬퍼하며 자책하는 유학준비생들이 제 글로나마 '아 이런 바보같은 사람도 어떻게든 합격을 하는구나'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는 2021년 3월 초에 처음 독일어 Telc C1 Hochschule 시험을 치뤘습니다. 독일에 와서 abcd를 배우기 시작한게 2019년 11월부터니 약 1년 반이 조금 모자라게 공부하고 시험을 본 셈입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자신만만 했죠. 두 세번정도 시험을 치면 붙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저는 10번의 시험 끝에 합격했습니다. 이걸 들으면 대부분 이런 생각이 들겁니다. 아니 그럼 거의 250만원 아닌가? 그렇게 돈 쓰고 겨우겨우 합격한 사람이 접니다... 공부를 할 때 항상 괴로웠던 것은 저를 믿고 시험비를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이었습니다. 사실 시험비가 싼 것도 아니고 이게 한 두푼도 아니니.... 시험을 치룰 수록 스스로 자책감이 정말 많이 들었고 6,7번째 시험부터는 식욕도 수면욕도 없어지고 스트레스로 말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합격이 8월 10일 즈음이고 지금이 9월 초니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야기네요.
맨 처음엔 독일 현지 어학원 강의를 C1까지 들었었습니다. 2020년 11월이 되면서 강의는 종료되었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시험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의 입학조건이 C1레벨의 독일어였기 때문에 B2자격증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C1레벨을 준비하게 되었죠. 맨 처음엔 괴테 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괴테를 대략 3주 정도 공부하던 중 Telc가 한국인한테 더 쉽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Telc 모의 테스트를 한번 혼자 풀어봤습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제 입장에서는 좀 느껴져서 Telc로 시험을 갈아타게 되었고, 그걸로 시험 유형은 합격 때까지 바꾸지 않았습니다.
어학원을 다니지 않으니 혼자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Schreiben)랑 말하기(Sprechen)은 독학으로 하기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결국 과외선생님을 구했고,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서 합격 때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실제로 뵌적은 한번도 없지만 온라인으로 꾸준히 뵈면서 글도 봐주시고 말하기도 연습했습니다. 글쓰기는 맨 처음엔 닥치고 템플릿! 전략이었고, 그 템플릿을 계속 업그레이드해나가는 식이었습니다. 말하기도 딱히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템플릿을 썼고, 거기서 변형버전을 조금씩 늘려가는 느낌이랄까요. 템플릿은 조만간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맨 처음 시험은 베를린의 Speakeasy라는 곳에서 치렀습니다. 구글 지도 리뷰를 보면 대강 나오는데, 한국인들의 평이 후합니다. 그리고 가서 보면 시험 진행도 착착 잘 이뤄지고, 독일답지 않게 빠릿빠릿합니다. 첫 시험 후기는 너무 이야기가 길 것 같아 아래 다른 링크로 남겨두겠습니다.
결과만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Schriftliche Teil이 91점이 떴습니다. 99점이 합격이니 되게 아깝죠. 그리고 어떻게 다행히도 말하기는 한방에 붙었습니다. 이제 말하기 시험을 제외한 시험만 계속 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 맘 속의 시나리오대로 전혀 흘러가지가 않더군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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